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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의 멋, 한글디자인의 멋, 더 넓고 더 깊게 ”
 한글의 역할 확대 대학교를 다닐 때에도 한글디자인 소모임 활동을 했으니, 그것까지 경력에 포함하면 한글을 디자인한 지 이제 20년이 다 되어간다. 그 무렵 한글디자인은 무척 낯선 분야였기 때문에, 그러한 생경함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 당시 사회에서의 한글디자인에 대한 인식 또한 그리 넓은 편이 아니어서 한글디자인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이야기에 주변 사람들이 생계를 걱정해 줄 정도였다. 그때와 현재를 비교하면 이 분야에 꽤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중 가장 반가운 일 중 하나가 사람들이 한글을 문자로서가 아닌 이미지로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과거의 한글디자인은 읽을 수 있어야 하는 것으로 전제되었다면, 이제는 그런 강박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한글을 문자가 아닌 이미지로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표현의 자유를 얻었다는 말과 같다. 오래전부터 한글운동을 하는 분들이 한글티셔츠를 만들어 한글디자인을 널리 홍보하려고 했었지만, 사회에 그 문화를 확산시키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아마도 문자로서의 인식의 벽이 높았고, 한글디자인 모습이 조악했던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현실의 벽을 뛰어넘은 첫 번째 계기가 바로 한글 캘리그라피의 대중화라고 할 수 있다. 자유로운 모습의 한글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고, 그 모습 또한 새로워 보였다(서예라는 전통적인 문화와 서예를 할 때 사용하는 붓은 젊은 사람들에게 전통적이면서도 새로운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캘리그라피의 활성화는 10년 전 정도부터 시작되어, 시각문화에 커다란 유행을 만들어냈다.  또한 약 5년 전, 한 의상디자이너가 서간문을 옷에 적용한 일이 우리 사회에서 한글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불씨 역할을 했다. 사람들은 캘리그라피를 현대적인 서예, 서예와 디자인의 만남이라고도 한다. 그 무엇으로 설명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한글을 표현하는 좋은 방법이 늘어난 것이고, 우리가 삶에서 즐길만한 시각문화가 풍부해졌다는 것 아니겠는가. 이는 정말 반가운 일이다. 변화의 시작, 그리고 더 큰 성장의 요건 이렇듯 한글이 대중화되고 쓰임새가 넓어지는 현상은 아주 반가운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는 점이 있다. 이 분야의 큰 변화는 그동안 꾸준히 노력해 온 결실이 열매를 맺은 것이라기보다는, 갑작스런 외부의 자극에 의해서 벌어진 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꾸준하고 묵묵하게 한글디자인을 해 온 분들은 이런 필자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리 밝혀두자면, 이러한 추측과 우려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다. 지난 5~6년 동안 필자가 의뢰 받았던 글의 주제는 ‘외국의 유명 연예인이 한글 옷을 입고 다닌 일’과 ‘옷에 한글을 적용하여 외국에서 호평을 받은 일’이었다. 필자가 쓴 글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내용이 인터넷과 언론매체 들에서 쏟아져 나왔다. 갑작스러운 관심이었다. ‘누구에 의해서 시작되었는지’가 왜 중요하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변화의 시작은 굉장히 중요하다.  시각문화의 변화가 우리의 자성과 자각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면 앞으로 또 자성과 자각을 통해 진화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에너지가 우리에게 없다면, 또다시 방향을 잃어버리거나 정체되거나 퇴보할 수 있다. 이제 지난 10여 년을 다시 생각할 때가 온 듯하다. 캘리그라피가 적용된 디자인이 새로운 것이 아닌 일상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붓에 의한 이미지가 예스러워서인지 마치 기념품이나 특별한 용도의 선물로 여겨지는 일과 캘리그라피가 아닌 한글디자인은 아직 사람들에게 선택되지 못한다. 다시 말하면, 여전히 한글로 디자인 된 제품을 일상에서 접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 예로 티셔츠는 아주 오래된 한글디자인 상품이다. 과연 당신은 한글디자인 티셔츠를 입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일상의 옷으로 입는 일은 드물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최근 한글디자인 바람을 타고 건축에서도 한글 이미지를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디자인을 꾸미는 행위쯤으로 생각하는 것인지 건물의 벽면에 한글을 입히는 것으로 끝난다. 안타깝다.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한글이 적용된 제품, 한글이 담긴 제품은 단순히 한글을 입히고 덧칠한 제품이 아닐 것이다. 한글의 조형적 개성(멋)을 발견하는 일이 먼저이고, 그 개성을 잘 드러낼 이미지(조형)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난 후 그 조형이 어울릴 만한 제품을 기획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늘 한글을 입혀 놓은 컵이나 티셔츠를 만들 것이고, 계속 먼지만 쌓일 것이다.  디자인과의 접목, 새로운 문화로서의 가능성 한글디자인이 우리의 시각문화로서 그 역할과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한글디자인 제품에 대한 접근 방식 다양화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글디자인 제품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옷과 컵이다. 참신한 기획과 탄탄한 투자를 통해 그 다양성을 늘려나갈 필요성이 있다. 두 번째는 문화에 대한 예의다. 한글의 멋을 이야기하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우리 것에 대한 무분별하고 맹목적인 칭찬은 편협한 인식을 낳는다. 우리 것이 아름답고 소중한 만큼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갖추어야 우리 것을 더 넓은 시각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사회적 합의다. 한글이 우리의 자존심이고, 고유의 멋을 발현하는 데 주요한 대상이라는 사고를 공유한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한글에 대한 태도는 변해야 한다. 창작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이 모든 바람이 모두 이루어진다면, 우리의 한글, 그리고 한글의 멋과 가치, 가능성이 담긴 시각문화는 더욱 풍요롭고 아름다워 질 것이다. 글 · 이용제 한글 디자이너, 계원디자인예술대학 교수 사진 · 필묵, 시예, 연합콘텐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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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서트 7080 (11월20일 방송) |
 한글은 조선 시대에 얼마나 쓰였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