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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병황 교장선생님 ”
청량초등학교(淸凉初等學校)를 입학했던 1964년도.. 그 당시 학교에 관한 기억은 많지 않지만 진병황 선생님께서 교장으로 재직했었다는 것은 아직 생생하다. 그러나 이 교장선생님께서는 우리들이 1학년에 입학하자마자 다른 곳으로 전근을 가셨으니 다른 친구들은 가억에 없을 수도 있겠다. 후임으로 유희수 교장선생님이 부임해 오셨다. 이 진병황 교장 선생님은 전근해 가시고도 청량리 어른들 구전(口傳)으로 오래도록 전설로 남아 계신 그런 분이셨던 걸로 알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주창하던 새마을 운동이 태동되기도 한참 전에 술과 마약, 그리고 도박이 난무하던 작은 마을의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동네 주민을 위해 자립의지와 근면을 가르치셨던 그런 분이셨다. 1968년 12월 5일, 국민교육헌장이 선포됐으나 어린 초등학생들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말 일색이어서 당시 문교부에서 출간한 ‘국민교육헌장 풀이’란 책자가 배포됐었다. 그 책자에 진병황 교장선생님이 실려 있다. 그런 선생님께서 어느 학교로 전근을 가셨는지 궁금했던 차에 오늘 인터넷을 뒤적이다 황 남중시인이 올려준 글을 접하게 되었다.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추곡리에 자리 잡은 추곡초등학교(楸谷初等學校)의 초대 교장으로 가신 걸 알았으며 그 글을 여기에 옮겨 본다. ----------------------------------------------------------------------------------------------------- 오늘 나는 단 1명만이 나 홀로 졸업해야 하는 참으로 안타까운 나의 모교이기도 한 작은 한 초등학교의 졸업식장을 다녀왔다. 비록 산골 오지 마을이라지만 마을이 한창 전성기인 1970년대 초의 한때는 300~400 여명이나 다니던 초등학교가 45회 졸업생을 배출하는 2010년2월 16일 오늘의 그 자리에는 단1명만이 졸업장을 받아야하는 실로 안타깝고 가슴 아픈 졸업식 자리였다.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추곡리에 자리 잡은 추곡초등학교(楸谷初等學校)가 그 학교이다. 처음 이 작은 초등학교가 그 당시 이곳에서 10여리 떨어진 추전국민학교 추곡분교로 개교했을 때가 1963년도이니까 개교 이래 47년 만에 단 한명만이 졸업을 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내가 이 추곡분교에 1학년으로 첫 개교생인 셈인데, 그때에는 북산면 내(17개리)에 1만 명이상이나 되는 주민이 상주해 있었고 그때 당시의 초등학교가 6개소나 산재해 있었으니 한창 전성기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그러던 것이 소양강 댐이 건설되면서 북산면 내에 전체 마을이 수몰지구로 확산되다보니 대다수의 주민이 타 지역으로 이주하는 현상이 빚어지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고 당면한 현실엔 급기야 북산면 내 주민은 총 480여 가구에 862명만이 산재해 거주하고 있으며 추곡초등학교를 제외한 모든 초등학교가 수몰되었거나 겨우 명맥을 이어오던 일부 몇 개의 학교마저 모두 문을 닫고 폐교를 하였던 것이다. 이에 강원도 교육청에서는 이 학교를 중심으로 육로를 이용하는 일부 마을 어린이들을 제외한, 수로를 이용한 등교를 위해 “장학선”이라는 이름의 등교를 돕는 소형의 선박을 도입하였고 추곡초등학교까지 수십 리가 넘는 북한강 수로를 이용해 면내 산재해 있던 마을의 일부 어린이들이 이 “장학선”을 타고 등교를 해 왔었다. 이 추곡초등학교는 내가 자라나던 어린 시절의 60년대 가난이 자리한 동네였고 화전민이 꽤나 많이 있었던 곳으로 학교에 입학했던 당시 점심급식으로 노란옥수수 죽을 쑤어주던 것을 맛있게 먹으며 공부를 해야 했던 가슴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당시에는 너, 나 할 것 없이 찌들은 가난 때문에 대한민국의 많은 지역이 그러했겠지만 강원도 산골 오지마을들은 유난히도 더 심했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가래 골 이라 불리던 추곡 리 에서 십리가 넘던 추전국민학교를 입학하여 형이나 누나들을 따라 학교를 다니다 중간 치기(도중에서 놀다가 공부를 마치고 귀가하는 형과 누나들을 따라 다시 함께 귀가하는 것)를 해가며 다니는 둥 마는 둥 1년여를 보내고 그 다음해 1963년도 3월에 우리 집 옆에 분교가 세워져서 나는 다시 1학년으로 재입학을 해 추곡초등학교 최초의 입학자가 된 셈이다. 하지만 3학년이 되자 멀리 추전국민학교를 다니던 우리 마을 형들과 누나들 4,5,6학년이 편입되면서 몇 명 되지는 않았지만 추곡분교는 추곡국민학교로 승격을 하게 되는데 그 해가 1965년도이다. 그러지 않아도 한 칸밖에 없던 교실에서 1,2학년 2개 학년은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교대로 공부를 하고 3학년은 들로 산으로 개울가로 다니며 공부를 하면서 지내왔는데 4,5,6학년 선배들이 함께하자 교실이 없는 선배들은 임시방편으로 군대용 천막을 치고 공부를 해야만 했다. 인원이 적었기에 망정이지 인원이 많았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그때 인연이 된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은사님들이 진병황 교장선생님과 우리를 담임 하셨던 이 운수 선생님이시다. 그 당시는 국가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던 때라 학교건축자금은 받을 수 없었던지 진 병황 교장선생님은 자비를 들여 앙고라토끼를 사오시고 우리들에게 기르도록 했으며 오전수업을 마치거나 오후 방과 후에는 산과들로 다니며 아카시아 잎과 칡잎을 따러 다녔었다. 그러기를 몇 년 동안 반복하면서 토끼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으며 종자만 남기고 판 수익금으로 교실을 짓는데 사용하였었다. 교장선생님은 늘 지게를 지고 계셨고 우리는 틈나는 대로 고사리 같은 손으로 교장선생님을 도와 많은 일을 하였다. 실어온 벽돌을 릴레이로 공사장까지 날랐으며 어른들은 쌓고 바르고 하면서 교실을 만들었고 운동장의 돌을 골라내며 주위로는 우리 손으로 포프라 나무와 잣나무, 전나무 등을 심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아름드리 거목이 되어 있었다. 교장으로 오셔서 임기가 다 할 때까지 재임하시면서 마을의 어른들 도박을 근절하고 개활지마다 뽕나무를 심게 하여 집집마다 누에를 치게 했다. 이렇듯 마을과 학교를 변모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교장선생님은 훈장인 무궁화장동백장을 수여받으셨고 대통령표창장을 받으셨다. 지금은 아담한 교사(校舍)가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었고 제 11대 교장으로 김종국 교장선생님이 재임하고 계시었으며 우리가 4회 43명이 졸업한 이후로 45회 1명이 졸업하기 까지 총700여명이 졸업을 해왔다. 현재 유지되고 있는 학교의 상황을 보면 총 학생이 10명이고 유치원생 4명이며 교직원은 교장과 교사를 포함해 총9명이 근무 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올해엔 취학 할 수 있는 어린이가 없다. 우리가 졸업을 하고 우리후배들이 다 졸업도 하기 전에 소양 댐이 건설되었던 까닭에 이주인구가 늘어나다보니 급속히 줄어든 까닭이기도 하려니와 차차 산업이 발달하면서 젊은이들이 도심지를 찾아 상경해버린 이유도 한몫을 했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도회지에서 학업을 이어갔고 고교 졸업 후 서울로 상경해 47년이란 세월을 살아왔다. 참 긴 세월을 고향을 잊고 살다가 고향친구를 만나고 처음 동창회를 조직하던 시기가 1993년이다. 내가 초대 동창회장을 맡은 이후 우리들은 17년을 1년에 한 두 번씩 모임을 갖고 졸업식 때에는 작은 성금이지만 우수한 졸업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왔다.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학생들 때문에 늘 걱정하던 것이 이제는 현실로 다가와 입학생이 없어 공백기가 생긴 것이다. 이런 문제점이 돌출되자 북산면에서는 한뜻을 모아 이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동문회와 주민들의 협조를 구해 모두모여 잔치를 열게 되었다. 마침 강원 도민일보가 취재에 응해주었고 강원 도민일보는 이 안타까운 사정을 전국 언론매체에 보도 화 해 주었고 졸업식 날에는 수많은 언론들이 앞 다투어 취재열기를 더해주었다. 나 역시 동문의 한 사람으로써 이 학교에 첫발을 디뎌 오늘의 나 자신의 텃밭이 돼주었던 모교를 위해 기꺼이 자리를 채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리움의 고향이었고 어린 날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모교는 이제 취학아동이 없어 문을 닫아야만 하는 위기가 온 것이다. 우리들은 모두 합심하여 이 난제를 풀어내야만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폐교의 위기가 도래해서는 안 될 일이다. 나는 도심지에서 직장을 잃거나 사업에 실패하고 고민 중에 있는 젊은 부부들의 농촌 생활 체험 장을 개설해 농촌 생활을 경험케 해보고 정착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한 후에 생활기반 자금을 대주면서 취학 아동을 유입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았다. 어느 한 사람의 생각에서만 그칠 것이 아니라 교육기관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아래 젊은 층의 농촌 유입인구를 늘려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촌지도소나 농촌 진흥원등의 꾸준한 농업기술교육과 특작물 재배기술을 이수시키고 수년간이라도 정착 지도를 해 나가야 한다고 보며 쌍방 모두가 한 두 해 하다가 포기하는 그런 귀농의 실패영농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이렇듯 우리가 모교를 위해 걱정하는 데에는, 이 문제는 여기에서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산골마을이라면 어느 곳이든 존재 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강원도만 해도 올해 이렇듯 단 1명이 졸업을 하는 산골마을 초등학교가 8곳이나 된다는 데에 있다. 인구가 늘지 않고 줄어드는 마당에 어떤 문제가 도래할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다만 내 고향땅에, 내 모교가 영원히 존속되기를 바랄뿐으로 정착인구를 늘려 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마음으로 동문회의 활성화를 바탕으로 시작을 하려 하는 것이다. 올 여름에는 추곡초등학교 모교를 찾아 몇 안 되는 어린 후배들과 주민을 위한 조촐한 문학창작반이라도 작가들의 도움을 받아 운영해봐야 되겠다. 이것이 시작이 될지 알 수 없으니. 2010. 2. 16일 화요일 저녁에 추곡초등학교 동문회 / 황 남중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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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복원된 광화문과 수문장 교대식 |
 낙화(落花)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