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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산책
작성자 나무그늘
작성일 2012-01-16 (월) 17:58
ㆍ조회: 1621    
http://www.seoseok.co.kr/cafe/?sinmoon.2498.55
“ 설악산 옛길에서 문화를 읽는다 ”
 
설악산에서 보낸 한철
강원도에서 살아가다 보면 늘상 보는 것이 산이다. 작은 도심을 벗어나기만 해도 상당히 깊은 산중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기 일쑤다. 도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조차도 일을 하다가 눈만 돌리면 어디서든 산이 보인다. 의식하고 살아가지는 않지만 산은 어느새 우리 마음속으로 들어와 크고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산 이름도 동네마다 다양해서, 듣기만 해도 어떤 모습인지 혹은 주민들이 어떻게 그 산을 받아들여 마음속에 형상화하고 있는지가 연상된다. 인간의 유한한 생명에 비하면 우리가 딛고 선 땅의 역사는 무궁하다. 땅이 굽이쳐서 높은 곳은 산이 되고 낮은 곳은 언덕이나 들판이 되어 인간 삶의 역사를 만들어 온 터전이 되었다.
 
매주 설악산 골짜기를 탐사하는 생활을 1년 가까이 하자 제법 동학洞壑들이 머릿속에 들어와 지도처럼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관광객들의 발길 때문에 판판해진 곳은 피하게 되고, 새로운 길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게 되었다. 설악산 관련 책을 찾아서 모으게 된 것도 이 때부터였다. 설악산을 탐방하면 할수록 알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그러나 정작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설악산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책은 별로 없었다. 작은 팸플릿이나 소개 책자부터 논문을 눈에 띄는 대로 찾아서 읽었다. 그러나 인문계 출신인 나로서는 자연계 분야의 전공자들이 쓴 논문을 읽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비록 많은 책과 논문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설악산 자료를 찾아다녔던 경험은 내가 주말마다 찾아가 헤매 다니던 설악산과 관련된 정보를 다양하게 얻고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식물자원의 보고
설악산은 1965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고 1970년에 국립공원으로, 1982년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 보존지로 지정되었다. 2005년에는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카테고리Ⅱ(국립공원)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설악산 국립공원 구역은 넓어지기도 했고(2011년 1월에 점봉산 지역이 국립공원 구역으로 추가 지정되었다), 다양한 보호 시설 및 탐방객을 위한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우리의 문화생활을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1,708m의 대청봉을 중심으로 속초시, 인제군, 양양군, 고성군 등에 두루 터를 잡고 있는 설악산은 다양한 식생을 보인다. 1,100여 종을 상회하는 식물들이 설악산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는 사실(?G설악산학술조사보고서?H, 강원도, 1984, 81쪽)만으로도 우리는 그 풍성한 생명의 약동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세세히 조사하면 그 종수는 더욱 늘어나겠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지닌 많은 종수의 식물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면서 설악산이라는 하나의 우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식물들은 고도에 따라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나가는데, 이들 식물군락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굽이마다 새로운 풍광을 제공한다. 산을 들어갈 때 만나는 소나무 군락을 시작으로 신갈나무 군락, 서어나무 군락, 눈잣나무-털진달래 군락, 전나무 군락, 층층나무 군락, 물푸레나무 군락, 피나무-신갈나무 군락, 굴참나무-소나무 군락, 잣나무 군락, 분비나무 군락 등이 지친 발걸음을 북돋운다.

우리 눈에 쉽게 띄지는 않지만 희귀식물들도 상당한 종수에 이른다. 현재 알려져 있는 희귀식물로는 눈잣나무, 설악눈주목, 눈향나무, 눈측백(찝방나무), 산마늘, 두메부추, 솔나리, 연령초, 등칡, 바람꽃, 백작약, 한계령풀 등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설악산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면서 온몸으로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증언한다. 자연 속에서 지낸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 고도에 따른 식물의 군락지가 변화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일은 매우 어렵다. 나무나 풀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데다 등반을 하느라고 힘이 드는데 어느 겨를에 주변 사물에 눈을 돌리겠는가. 어떤 나무들이 그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지 보려면 공부도 공부려니와 자연 속을 자주 거닐면서 눈으로 익히고 몸으로 체득해야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쌓이면 어느 순간 숲의 모습이 단박에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그제야 나무와 풀, 그들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숲이 온전히 내 마음으로 스미는 것이다.
 
 
역사와 문화가 있어 아름다운 산
설악의 단풍이 스러질 무렵이면 계곡에는 벌써 겨울의 그림자가 짙다. 얼음이 얼었다는 보도가 들려오고 영하의 기온을 기록했다는 풍문이 귓가를 스칠 무렵이면 설악산은 어느새 겨울채비를 서두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설악산의 시간은 바로 이즈음이다. 불규칙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여러 빛깔들의 낙엽을 몰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 나뭇가지는 제법 앙상한 뼈대를 드러낸다. 한계령으로 올라가는 길의 맞은편 절벽으로 번지는 붉은 단풍들도 멋있지만, 오색약수를 지나 주전골로 들어가면서 만나는 그 붉은 빛의 단풍 또한 매혹적이다. 이제 우리의 한해도 저 단풍과 함께 과거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조선 중기의 뛰어난 문인인 삼연三淵 김창흡(金昌翕, 1653~1722)은 한계폭포를 보며 이렇게 노래한 바 있다.
楓栢結陰深 단풍나무 잣나무 뒤엉겨 어둑하고 깊어서 不可窺中谷 골짜기 속을 엿볼 수도 없어라. - 김창흡, ?G한계폭寒溪瀑?H, ?G삼연집三淵集?H 권1
 
당시 김창흡의 나이 스물 셋, 한창 청운의 꿈을 품고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할 때다. 그러나 진사시에 합격한 뒤 낙송루洛誦樓를 중심으로 지인들과 시를 지으며 문예활동에 매진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1674년 제2차 예송논쟁이 일어나서 김창흡의 부친인 김수항을 비롯하여 고위관직에 있던 집안의 여러 어른들이 논쟁에서 패배하여 처벌을 받게 된다. 그의 문집에 편차된 맥락으로 보아 위의 작품은 바로 이듬해 가을에 지은 것으로 보인다. 붉은 단풍과 푸른 잣나무가 뒤엉겨서 어둑하고 깊은 색깔을 만드는 설악산의 모습에서 그는 어쩌면 자신의 심정과 같은 무엇을 발견했을지도 모르겠다. 색깔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저 산빛은 골짜기 속을 엿볼 수 없게 만든다. 살아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김창흡의 발길은 설악산을 향했고, 눈 가득 들어오는 가을의 설악을 보면서 세상 번우한 일들을 잊거나 정리하지 않았을까. 그 이후에도 김창흡은 벼슬에서 마음을 접고 강원도 인제, 화천, 철원 등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시문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였다.
 
희귀 식물들의 보고이며 많은 수종들이 군락을 이루거나 혹은 작은 무리를 만들어 살아가는 설악산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안온한 휴식과 깊은 명상의 시간을 제공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와 같은 식물들이 만드는 뛰어난 자연환경만으로는 지금의 설악산이 탄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자연에 사람의 숨결이 깃들어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산은 다시 태어난다. 그런 점에서 김창흡은 우리 문화사에서 설악산을 발견한 첫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강산의 그늘에 가려서 빛을 보지 못하던 설악산이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인식된 것은 물론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 1435~1493)에서 시작되기는 하지만, 그 열기가 본격적으로 솟구친 것은 김창흡을 비롯한 주변 친족들의 힘이 컸다.
 
설악의 숲길을 걸으며 자연의 생명과 함께 우주의 기운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 기운이 더욱 특별해지는 것은 과거 이 길을 걸었던 수많은 문인학사들의 문화와 역사가 거기에 덧입혀져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문을 읊조리며 새삼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것이야말로 설악산의 자연을 이 시대 우리의 삶의 한 부분으로 끌어들이는 일이 아닐까 싶다.
 
글·김풍기 강원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 사진·문화재청
출처: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1/06/20120106010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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