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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개구리 왕자 ”
금 개구리 왕자 북만주의 송화강 유역에는 까마득히 펼쳐진 광대한 대평원이 있다. 이 곳은 농사와 목축이 잘되는 기름진 땅이다. 이 기름지고 풍성한 땅에 고조선에 이어 두 번째로 초기 국가를 형성한 부여(扶餘)가 있었다. 부여의 기원을 확실하게는 알 수 없지만 기원전 1세기 무렵 송화강 상류 일대에 성립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의 역사책 ‘사기(史記)에 부여에 관한 이야기가 고조선 이야기와 함께 실려 있다. 부여는 부족 국가에서 초기 연맹 국가가 형태로 발전하였다. 부여의 임금 해부루(解夫婁)는 처음 요하 유역에 자리를 잡고 나라를 다스렸다. 이 해부루 임금을 받들고 도와 부족을 다스리는 부족장도 있었는데, 부족장들은 8만 호나 되는 부여 사람들 중에 수천 호 혹은 수백 호씩을 거느렸다. 이 부족들 중에 세력이 컸던 부족은 마가(馬加: 말), 우가(牛加: 소), 저가(猪加: 돼지), 구가(狗加: 개)였다. 부족의 이름을 가축의 이름으로 불렀던 것을 보면 농업보다 목축을 하는 세력이 더 컸던 것 같다. 이들 네 부족장은 부여를 윷판처럼 네 개로 나누어 다스렸다. 중앙의 가장 큰 우두머리가 고조선의 단군 왕검처럼 제사장 겸 임금이었다. 부족의 우두머리를 대가(大加), 씨족의 우두머리를 소가(小加)라고 불렀다. 소가는 하호(下戶)라는 씨족원을 다스렸는데, 노예나 다를 바 없는 하호들은 농사와 목축 등의 노동을 했다. 부여의 등장은 중국측으로서는 매우 다행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부여의 위치가 북쪽의 난폭하고 호전적인 선비족과 새로운 세력인 고구려의 중간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국은 부여와 동맹을 맺고 고구려와 선비족을 눌러 놓을 수 있었다. 부여 역시 일찍부터 북쪽의 유목민과 남쪽의 고구려와는 적대적인 관계에 놓여 있었다. 그러므로 중국과 부여는 모두 평화적인 우호 관계를 원하고 있었다. 중국이 예로부터 부여인을 평화를 사랑하는 성품의 민족으로 여겼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부족 국가에서 성장한 초기의 여러 고대 국가) 이와 같이 부여는 북방의 거친 유목민인 선비족과 용맹스러운 고구려를 견제하며 중국과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부여는 신분 제도와 형벌 제도가 매우 엄격한 사회였다.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했고 그의 가족은 노예가 되었다. 남의 물건을 홈친 자는 물건의 12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게 했다. 남녀간에 부정을 저질렀을 때는 사형에 처했고, 아내가 질투하면 죽여서 그 시체를 아무 곳에나 내다 버렸다. 만약 친정에서 시체를 거두어 장사를 지내려면 이에 대한 대가로 가축을 바쳐야 했다. 아마도 권력이 큰 사람들은 아내를 몇씩이나 두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옷은 대체로 흰 옷을 즐겨 입었고, 짐승 가죽으로 만든 신을 신었다. 외출을 하거나 나들이를 할 때는 화려한 비단옷이나 호화스런 외투를 입었고, 금으로 장식한 관을 쓰기도 했다. 회의-잔치-장래 등의 모임에서는 정중하고 예의에 맞게 일을 치렀으며, 특히 장례에서는 화려한 옷차림을 삼갔다. 또 죽은 자를 산 사람처럼 여겨 곁에 오래 두는 풍습이 있었는데, 심지어 다섯 달씩이나 곁에 두기까지 했다. 상전이 죽으면 생전에 쓰던 물건과 함께 부하-하인-짐승 들을 함께 묻어 죽은 후에도 생전과 다름없는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를 순장(殉葬)이라 하며, 권력이 강한 사람이 죽으면 심지어 1백 명의 하인이 함께 묻힌 일도 있었다. 그리고 한 해에 한 번씩 모여 잔치를 벌였다. 추수가 끝난 12월에는 먹고 마시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추수감사절 축제를 열었는데, 이를 영고(迎鼓)라 했다. 그러나 이 평화스럽고 넉넉한 부여의 왕인 해부루에게는 근심거리가 한 가지 있었다. 대를 이을 아들이 없었던 것이다. 해부루왕은 산천(山川)에 제사 지내며 간절히 벌었다. “하늘이시여, 나의 뒤를 이어 부여의 왕이 될 아들을 점지해 주소서.” 그러던 어느 날, 해부루왕이 호위병 둘을 데리고 근심에 차서 산책을 하던 중, 그가 탄 말이 문득 곤연(鯤淵)이라는 연못에 이르자 멈춰 섰다. 해부루가 채찍질을 해도 말은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눈물을 줄줄 흘리기만 했다. 왕과 호위병들은 깜짝 놀랐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눈물을 줄줄 흘리던 말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무엇인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해부루왕도 말이 쳐다보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그 곳에는 비석처럼 생긴 커다란 돌이 서 있었다. 자세히 보니 단순한 돌이 아니었다. 신기하게도 사람과 모양이 흡사한 하얀 돌이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해부루왕은 호위병에게 돌을 밀어내게 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거기에는 갓난아기가 누워 있었다. 아기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개구리를 닮은 사내아이였다. 논앞의 광경을 본 해부루왕은 곧 그것이 하늘의 뜻임을 깨달았다. “옳도다! 이 아기가 바로 하늘이 나의 소원을 받아들여 나에게 내려 준 아들이로구나!” 소중하게 아기를 싸안고 해부루왕은 대궐로 돌아왔다. 그는 곧 큰 잔치를 베풀고 아기를 태자로 삼았다. 그리고 아기의 몸과 얼굴이 금빛 나는 개구리와 흡사했기 때문에 이름을 금와(金蛙)라고 지었다. 금와를 태자로 삼은 하부루왕은 동남쪽으로 이동하여 송화강 유역의 가섭원(迦葉原)으로 나라를 옮겼다. 가섭원은 땅이 넓고 기름진 곳이어서 한 나라의 도읍으로 적합하였다. 해부루왕이 가섭원으로 나라를 옮기자 옛 부여의 땅에 범상치 않은 한 사나이가 나타났다. “나는 하느님의 아들 해모수(解募漱)이다. 내가 하늘의 명에 따라 나라를 세우니 너희들은 나를 따르라!” 이렇게 천제의 아들을 자칭하는 해모수가 나라를 세우니, 부여는 송화강 유역의 동부여와 요하 유역의 북부여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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